수필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는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를 겪는 저자가 정신과 상담을 녹취해 기록한 책입니다. 이 책은 2018년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고, 저는 오래전부터 읽기 목록에 넣어두었다가 2025년 말 저자의 부고 소식을 접한 뒤에야 뒤늦게 읽게 되었습니다.
읽기 전 찾아본 이 책에 대한 평가가 매우 나빠 의아했습니다. 교보문고 리뷰에는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는다”, “읽는 내내 우울하다”, “공감하기 어렵다” 같은 혹평이 가득했습니다. 직접 읽어보니 그 비판이 일견 이해가 갑니다.
이 책은 저자의 상담 기록을 정제 없이 그대로 옮깁니다. 주제도, 교훈도 독자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저자의 예민함과 우울함, 죄책감이 독자에게 여과 없이 전달됩니다. 수필이라면 흔히 기대하는 깨달음이나 해결의 서사도 없습니다. 읽는 내내 저자의 징징거림을 듣고 있는 듯한 인상이 남습니다.
작품성만 놓고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이 책의 출간은 저자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다시 읽으며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기 자신이 가장 부끄러워하던 모습들을 세상에 드러냅니다. 자신의 정신과 질병, 불안, 허영심, 이기심을 “있는 그대로” 공개합니다. 자신의 생각마저 수치스럽게 느끼던 사람이, 그 생각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책을 낸다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자서전이나 수필은 대개 편집되고 미화됩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담 기록을 거의 가공하지 않은 채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그토록 부끄러워하던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며, 동시에 성공 욕구와 허영심을 충족시키는 수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 드러난 저자는 복잡한 사람입니다. 사랑받고 싶어하면서 미워하고, 죽고 싶어하면서 살고 싶어 합니다. 수치심과 우월감을 동시에 느끼고, 겸손한 듯하면서도 이기적입니다. 정도의 차이를 빼면 우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자신의 약하고 모순된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는 사람들을 얼마나 품어주었을까요. 저자의 부고 소식이 이 책을 다르게 보이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부족한 이 책에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너그러웠다면 어땠을까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한 환자에게, 우리가 조금 더 박수 쳐주었다면 어땠을까요.
어떤 평행우주에서는 저자의 부족함도 사회가 너그러이 이해해주고, 성장한 저자가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했기를 바래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